기업의 본래 목적인 이윤추구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가치 추구는 어찌 보면 물과 기름 같은 관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단순히 이윤 창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며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여러 기업들이 이와 같은 목표를 위해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단순 사업장의 기능을 넘어서 건물을 설계 단계부터 특별한 철학을 담아낸 공간으로 만들어 2021년 울산광역시 건축상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카페가 있어 눈길을 끈다.

 

울산 울주군 삼남읍에 있는 카페 ‘이너리트’. 어떤 철학이 들어있길래 건축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더빌드 송기희 회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일 아침 9시, 울산의 대표 벚꽃 관광지인 작천정 벚꽃길 초입에 위치한 카페 이너리트에 기자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카페 입구에 다다랐을 때, 외부의 벚꽃 나뭇가지가 내 집인 양 건물 내부로 뻗어있고, 그 나뭇가지 사이로 손수 카페 내부를 청소하고 있는 송기희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게 카페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겸한 인터뷰를 했다. 카페 2층의 테라스와 바로 겹치듯 맞닿아 보이는 벚꽃 나무, 그 아래로 정원처럼 이어진 1km 거리의 벚꽃길은 이미 벚꽃이 다 졌음에도 불구하고 만개했을 때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카페 건물의 첫인상이 여유 있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21년 건축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우수상이라는 것이, 한두 가지의 요소로 인해 결정되는 상이 아니라서 단정 지어서 말하긴 어렵다. 카페와 주차장 사이의 도로가 원래는 단일 차선의 비포장도로였다. 건물의 마당이 아닌 업장의 뒤로 도로를 내어서 물류를 옮기기 편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물류는 좀 불편하더라도 손님이 조금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건물의 앞으로 도로를 냈다.

 

우리는 이너리트를 모두를 위한 배려를 담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카페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편안하고 접근하기 쉬운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무장애 설계가 돼 있다.

 

그래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이들도 굳이 입구 카운터를 거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경사로를 통해 불편 없이 2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매장은 장애인과 노약자, 유모차를 사용하는 여성, 반려동물을 동반한 손님이 많이 이용한다. 그런 손님들이 다른 손님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하는 데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사위원들께서 여러 방면으로 심사하고 내준 결과이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배려와 나눔의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벚꽃 나무가 함께 어우러지는 카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너리트 카페를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과 같은 벚꽃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나.

 

“벚꽃길의 명소라고 해주니 감사하다. 말씀한 대로 벚꽃 나무들과 상생을 위해서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벚꽃 나무들을 우리의 동업자로 생각했다. 건축할 때, 이 나무들을 다 살리면서 작업을 했다. 사실 나무들 때문에 건축할 때 굉.장.히 애를 먹었다.(웃음) 결국은 완공했고 손님들이 카페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벚꽃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우리 건물과 벚꽃 나무가 함께 상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자리가 공터였을 땐 볼품없었다. 나는 이 땅을 표적 매입했다. 이 땅은 원래 부산의 한 치과 병원 원장님의 땅이었다. 그분이 여기에 전원주택을 하나 지어서 주말마다 와서 나무도 가꾸면서 쉬다가 다시 업무를 나갔다. 지금 주차장과 신축 카페가 있는 자리는 그 당시 거의 방치돼서 잡풀로 우거져 있었다. 이 땅을 얻기 위해서 원장님을 다섯 번을 찾아갔다.(웃음) 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서 꼭 이 땅을 팔아 주십사 찾아갔던 거다.

 

나는 숙박업으로는 나름의 성공을 했던 사람이다. 숙박 쪽으로는 부산, 울산, 경남에서 170여 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내가 직접 숙박업소 8개를 운영하다가 현재는 반으로 줄여서 4개를 운영 중이다. 그중 등억온천단지에서도 운영을 하고 있다. 지인들 중에 나를 믿고 이곳으로 넘어온 분들도 있다. 하지만 카페가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등억온천단지의 상권이 완전히 죽어있었다.

 

등억온천단지의 상권을 다시 부활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곳에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업자와 좋은 관광 자원이 있었지만 벚꽃 시즌을 제외하면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떨어졌다. 그래서 작천정의 깊숙한 내부에 자리한 등억온천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작천정 입구 관문부터 반드시 활성화를 시켜야만 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답을 찾아냈다. 그 무언가의 답은 카페였다. 누구나 쉽게 올 수 있고 자주 오다 보면 이곳 전체가 친근하게 느껴질 테니까. 그리고 기왕 하려면 투자를 해서 확실하게 작천정 입구부터 시작해 일대의 인프라를 구축해나가야겠다고 계획을 한 거다.

 

하지만 원장님은 한사코 거절했다. 반드시 작천정 일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땅이 필요하니 땅을 꼭 팔아 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분은 돈이 많으신 분이니까, 부산에 빌딩도 몇 채 가지고 있고 직접 치과도 운영하시는 분이 뭐가 아쉬워서 팔겠나.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좀 팔아 달라 사정사정을 하면서 다섯 번을 찾아갔는데도 거절을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실력있는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서 내가 이너리트 카페와 근처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조감도를 함께 싹 다 그렸다. 설계까지 다 내어서 조감도까지 가지고 가서 그분을 설득했다. 조감도를 보고는 내가 양보해 주는 게 이 지역을 위해서는 좋을 것 같다며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게 최종 계약이 이루어졌다. 솔직히 빼앗은 거나 다름없다.(웃음)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면 좋지 않은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벚꽃길 1km를 인위적으로 꾸미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었을 텐데, 이 자리 덕분에 자연스럽게 울산의 유명한 벚꽃길을 우리 카페의 정원처럼 품게 되었다.”

 

 

-대표님은 이너리트 카페뿐만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활성화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혹시 너무 먼 미래가 아닌, 바로 다음 단계로 생각해둔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줄 수 있나

 

“이너리트를 단순한 카페 공간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시작할 때의 계획이기도 하다. 이미 진행 중이지만 맞은편의 주차장과 신축 카페를 완공했다. 신축 카페 2층에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언양 출신의 가수 박군 홍보관을 만들었다. 서로 상생하는 홍보를 겸하고 있다. 그리고 신축 카페를 자세히 보면 이너리트 카페와 마주 보고 있다. 그 사이에는 주차장이 있다. 신축 카페는 주차장에 의자만 놓으면 바로 주차장을 관객석으로 활용하여 작은 공연장이 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앞으로는 이너리트 카페와 신축 카페를 잇는 구름다리를 놓아서 더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벚꽃을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공연이나 행사도 구름다리에서 주최할 예정이다.

 

-우리 신문사 창간 이후로 첫 제보가 왔다. 울산 소재 다문화 대안학교의 한 학생이 대표님 후원 덕분에 간식으로 매일 맛있는 빵을 제공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대표님을 반드시 기사화해 달라고 했다.

 

“보답을 기대한 후원은 아니지만 어린 친구들이 감사의 표현을 하려고 하는 것이 고맙고 기특하다. 과거 우리 가족은 7남매가 어렵게 살았다. 2남 5녀 중 내가 맏이였다. 우리 집안에서는 나를 학교에 보내려고 동생들을 일부러 대안학교에 다니게 했다. 그때 대안학교가 있어서 어려운 집안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동생들이 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이 있다. 나는 누구보다도 대안학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안학교가 앞으로도 조금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 과정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지만 세상이 복잡해지지 않았는가. 예전과 다르게 개인의 특성과 기량을 살린 업종이 늘고 있다. 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순히 지식만 배우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막연한 꿈이 아닌 구체적으로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좋은 기회로 링컨 다문화 대안학교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가 만드는 빵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후원을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 우리 셰프님들하고 나 사이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우리 셰프님들은 빵을 만들 때, 부족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손실을 목표로 타이트하게 빵을 만든다. 진열대에 빵이 떨어져야 성취감이 있으신가 보다.

 

그런데 나는 풍성한 양의 빵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빵이 좀 남아야 후원도 하고 주위에 있는 이웃이랑 나누기도 하니까. 요즘 빵 생산량에 관한 작은 갈등이 있다.(웃음)

 

나눔과 배려가 내가 손해를 보는 행동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품는 것이다. 내 것을 내어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품음으로써 그 마음을 다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여길 설계할 때 노약자나, 장애인,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이들 모두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는데 우리 카페에 자주 방문하는 장애인들도 반대로 우리를 배려해 사람이 많은 낮시간에 찾아오면 혹시라도 불편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일부러 저녁 시간대에 방문한다.

 

장애인 협회에서도 신축 건물 중에 장애인을 배려해서 설계된 건물은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여태껏 장애인을 먼저 배려해서 설계했다기보다 마지못해 국가에서 정해둔 기준치에만 맞춰서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장애인을 배려해서 건물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방문해주었다.

 

울산링컨학교 학생들도 이곳 벚꽃길에 자주 소풍을 온다. 요즘 중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어른들과 소통을 꺼리는데, 오히려 링컨 학생들은 올 때마다 내게 먼저 뛰어와서 웃으면서 인사도 하고 밝은 에너지를 많이 전해준다. 아이들 제보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운영 철학과 삶의 가치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카페의 운영 모토를 말씀드리면, 항상 고객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 항상 손님의 입장에서 모든 관점을 고려한다.

 

이 시설의 설계가 작은 배려처럼 보여도 사실 억대의 투자가 들어갔다. 하나의 시설을 만들고 새로 허가를 받는 것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모든 이가 불편함 없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민했다.

 

삶의 최우선의 가치는 상생相生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애초에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그 말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고, 잘 산다는 말은 나를 포함해 주변도 함께 잘 살아야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우리 카페만 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지역이 다 같이 잘되어야 우리가 잘 되는 것이고 우리 울산시가 잘되어야 우리가 더 잘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나라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서 계속 확장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카페에 숍인숍이 있다. 이 사장님이 패션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신 분이다. 이 회사의 영업구조가 숍인숍과 카페가 함께 상생하여 서로 윈-윈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우리 카페 소품숍으로 운영을 하던 자리를 정리해버리고 이분께 보증금없이 드렸다. 이 숍이 지금은 전국에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백화점에도 입점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초창기에는 사실 준비하는 시간이 있어서 매출이 바로 발생하지 않으니까 손해 같아도 결국은 같이 성장하게 됐다. 나는 이런 경험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상생을 목표로 더 확신을 가지고 일을 한다.

 

혼자만 잘살려고 하면 남들보다 조금 먼저 앞서갈 순 있지만, 그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인생은 빠르게 성공이라는 결승점에 도달해서 끝나는 경주가 아니라, 살아가는 몇십 년 내내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고 그 인생의 끝이 결승점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이라는 것은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멋진 풍경 정도라고 생각한다. 몇십 년 내내 혼자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멋진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내 주위 사람과 함께 보면서 감탄하는 것이 진짜 추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삶의 최고 가치는 상생이다. 상생을 위한 도구가 배려와 나눔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워낙 각박해지다 보니까 많은 사람이 마음의 여유를 잃어서 자기만을 위해 삶을 산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더 각박해진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서 큰 위기의식을 느낀다. 대단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 주변 모두가 윈윈할 수 있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먼저 내 주변이 잘되고, 우리 지역이 잘되고, 나아가서 우리 도시가 잘되고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가 잘되고 계속해서 상생의 영역을 확장 시켜 나갈 수 있다.

 

나눔이 손해와 방해가 아니라 결국은 서로가 잘 되고 윈윈하는 것이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돌보며 나와 우리 주변의 모두가 잘살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송기희 대표의 삶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상생의 가치를 말과 이론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과 행동으로 옮겼고 결과로 증명해 내고 있었다. 어느덧 기자의 눈에는 카페 ‘이너리트’가 벚꽃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동반한 평범한 시민, 장애인, 어르신, 갈 곳 잃은 실직자, 육아에 매진하는 엄마 등 모두를 품고 보듬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인터뷰 말미쯤 카페 정원에 낯선 사람들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에 대해 송기희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 카페 정원을 손질해주는 분들은 우리가 부른 작업자들이 아니라 이 근처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다. 숙박업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아서 내가 노하우도 알려주고 도움을 주다 보니 지금은 저렇게 자발적으로 가게를 비워놓고 와서 우리 정원도 가꿔주고 계신다. 상생하는 삶의 가치에 대한 증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송기희

(주)더빌드 회장. 2009년 ㈜에코글라스라는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해 상업 및 주거 공간 설계와 시공, 리모델링, 컨설팅사업을 해왔다. 제조, 호텔업을 거쳐 현재 카페 이너리트를 운영 중이다.

미담타임즈 김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