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타임스 김교환 기자 | 대법원이 발표한 '사법연감 2024'에 따르면 2023년 제1심 민사 본안 접수 28만2,329건 가운데 ‘명도소송’이 3만5,59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9.0% 증가이며 전체의 12.6%를 차지한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명도소송은 선고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인도를 실현하는 강제집행 단계까지 일직선으로 설계해야 사건이 짧아지고 비용이 관리된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판결 이후를 ‘두 번째 시작’으로 부른다. 집행문 부여, 상대방에 대한 계고(집행예고), 필요할 경우 본집행(열쇠 개봉·동산 처리·인도 완료)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세워야 불필요한 공방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선고 직후부터 집행 가능 시점, 현장 위험요소, 보관·운반·폐기 등 비용 항목을 투명하게 제시하면 임차인의 협상 동기가 높아진다”며 “명도소송 절차는 소송·집행을 하나의 계획으로 묶을 때 비로소 통제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법도 명도소송센터의 '2025명도통계'에 따르면 기록이 있는 사건 기준 강제집행이 진행된 비율은 약 26%다. 대부분이 계고 단계에서 정리되고, 본집행까지 이른 사례는 26% 중 20%대에 머문다. 엄 변호사는 “판결만으로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지만, 반대로 말하면 집행을 가시화하는 순간 자진 인도·조정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통계에서 ‘명도소송 기간’ 중앙값은 4개월(기록 410건 기준)로 나타났다. 그는 “초기 설계가 견고할수록 기간 편차가 줄고 명도소송 비용도 예측 가능해진다”고 했다.
현장에서 갈림길은 일찍 온다. 임차인이 동시이행 항변을 제기할 가능성, 권리금·시설비 정산 쟁점, 열쇠 인도 방식과 출입 보조키 유무 등 작은 단서들이 집행 난이도를 좌우한다. 엄 변호사는 “월세명도소송의 경우 연체가 장기화될수록 집행 리스크가 커진다. 내용증명 한 통도 집행 준비의 신호가 되도록, 채무 변제 계획과 인도 일정표를 함께 제시하는 식의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방과 단축의 축으로는 제소전화해를 든다. “임대차 체결 단계에서 제소전화해를 병행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별도 본안 판결 없이도 신속한 인도 실현이 가능하다. 명도소송 기간을 줄이는 대표적 장치다.” 다만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 조항은 실제 집행을 염두에 둔 문구와 증빙이 갖춰져야 한다”며, 임대료 연체 기준·인도 기한·열쇠 인도 방식 등 집행 가능한 문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명도소송의 성패는 ‘누가 먼저 판결을 받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집행을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며 “판결 직후의 2~3주를 집행 준비 구간으로 설정해 일정표·예납 항목·현장 체크리스트를 가동하면 기간과 비용의 불확실성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명도소송은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는 점을 수치와 현장 경험이 함께 보여준다.